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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관한 리뷰/영화

영화 <프리가이> 리뷰, 우리의 삶도 NPC와 별반 다름 없다.

by semori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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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가이 Free Guy, 2021

장르: 코믹 액션, 어드벤처
개봉일: 2021.8.11
감독: 숀 레비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조 키어리 등
러닝타임: 115분
등급: 12세 관람가

평범한 남자(Guy)가 히어로가 되다.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가이 역)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매일 일어나 어항 속 금붕어에게 인사를 하고, 샤워를 한 뒤 출근 전 뉴스를 들으며 가볍게 아침을 먹고, 출근길에는 똑같은 레시피로 커피를 테이크아웃합니다.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운 일상입니다. 출근길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은행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날강도가 판치는 것만 뺀다면 말이죠. 

 

가이가 살고 있는 이 버라이어티한 도시는 '프리시티'라는 게임 속 가상현실입니다. 작중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게임 회사 수나미에서 서비스하는 오픈월드 스타일의 온라인 게임입니다. 요즘들어 많이 듣는 '메타버스' 세계인 것입니다. 게임 GTA 시리즈를 연상시키는데 게임에서 약탈과 범죄를 일삼아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세계관입니다.

 

프리시티 속 캐릭터들은 현실 세계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원활한 게임진행을 위해 가이를 포함한 NPC는 게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가이는 은행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 NPC입니다. 프로그래머가 설계한 AI에 불과합니다. 가이는 그저 프로그래밍된 대로 게임속 에서 자신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러다 가이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 여자 캐릭터에게 한눈에 반하며 그의 NPC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조연에서 프리시티를 구하는 히어로로 거듭나죠.

 

 

트렌드, 철학,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프리 가이>는 설정부터가 꽤 참신했습니다. 메타버스, AI 등의 최신 테크 트렌드에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잘 녹여낸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이전에도 <레디 플레이어 원>등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출시한 영화들이 종종 있었으나 NPC를 주인공으로 둔다는 건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RPG 게임을 하다보면 수많은 NPC들을 마주칩니다. NPC들에겐 사실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감독은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 소외된 계층, 아웃사이더, 주변인 등을 NPC를 이용해 대변했고, NPC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웃사이더들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편견과 타인에 대한 폭력을 풍자했습니다. 관점의 전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습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이라는 NPC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참신한 소재와 적재적소 코믹 요소를 가미해 보는 재미까지 더했습니다. 이보다 더 유쾌하게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재미와 더불어 화려한 CG를 기반으로 볼거리도 풍성했습니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치뤄가는 액션신과 미래의 가상도시를 현실감있게 재현해 비주얼적인 부분도 손색없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인간을 뛰어넘은 AI'라는 클리셰로 끝날수도 있었지만, 그 AI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그 사람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습니다.

 

나도 가이가 되고 싶다. 

 

우리는 각자 삶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우리는 때때로 위축되거나, 하찮은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슈퍼히어로가 되어 초능력을 얻어 스타가 되거나 지구를 구하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화려한 삶과 정의를 구현하며 막대한 부를 누리는 삶을 한 번쯤은 꿈꿔봤을 것입니다. 

 

0과 1로만 구성된 NPC 가이의 평범한 일상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일에는 일을 하면서 주말만을 기다리는 쳇바퀴 속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루해 보이는 우리의 삶도 소중하다는 점입니다. 판에 박힌 듯 똑같아 보여도 똑같은 날은 우리 인생에 단 하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우리의 삶을 빛내준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구할 수는 없어도 우리 자신을 돌보며 히어로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참 대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삶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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