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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관한 리뷰/일반 도서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리뷰

by semori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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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합리성에 기반한 행동경제학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며 심리학자로는 사상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너머 인간의 비합리성에 기인한 선택과 의사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인용해 풀어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습니다. 타인에게 나타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에게 나타나는 판단과 선택의 오류를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로 토론하며 그 오류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오류를 정확히 진단하면 그 상황에 개입해서 판단이나 선택을 잘못해 생기는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땐 다소 겁을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책 내용 자체가 워낙 흥미로워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완독 할 수 있었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2가지 사고체계를 가졌다고 정의합니다. 직관에 기반을 둔 빠른 생각리적으로 판단하는 느린 생각을 각각 시스템1시스템2로 칭합니다. 이 두 시스템을 대전제로 하여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작가는 설명합니다.

 

시스템1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받지 않음
시스템2 :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함.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

우리의 생각과 행동 대부분은 시스템1에서 유래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지면 시스템2가 임무를 넘겨받습니다. 그래서 최종 발언권은 보통 시스템2가 가져갑니다.

 

1부에서 두 시스템에 관한 특징과 사례를 설명한 뒤 2부~5부까지 우리가 범하는 의사결정에 얼마나 많은 오류와 편향이 발생하 지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정리해봤습니다.

 

테러 때문에 정말 무서워요

대니얼 카너먼은 회상 용이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시스템1이 관여하는 어림짐작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다른 문제로 바꿔치기 합니다. 이 때 판단하는 사건의 빈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쉽게 회상하며 어림짐작의 늪으로 빠집니다. 빈도 외에도 정치인의 성 추문, 연예인들의 열애설 등 주의를 많이 끄는 사건,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극적인 사건 등은 이미지가 강렬히 우리 뇌에 저장되며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래 사례는 회상 용이성 편향 연구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 뇌졸중 사망은 모든 사고사를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사사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18배 많지만, 우리는 둘이 거의 같다고 추정합니다.
  • 사고사가 당뇨병 사망보다 300배 많으리라고 응답자들은 추정했으나, 실제로 둘의 비율은 1:4입니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망 원인 추정은 언론 보도로 왜곡되며 새로움과 강렬함에 우리는 편향됩니다. 인기 있는 특정 주제와 특정 견해가 더 노출됩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어떤 사건의 빈도는 노출되는 횟수가 적으면 그만큼 자극이 덜해져 어림짐작하게 됩니다.

 

재난영화를 본다던지, 언론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만행들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무서움에 벌벌 떨고 합니다. 무서워서 여행 못 다니겠다부터 만약 테러범이 내가 다니는 곳을 급습하면 어쩌지? 와 같은 걱정을 합니다. 걱정할 필요가 딱히 없음에도 말이죠. 걱정의 양은 위험 확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우리는 분모에 해당하는 전체 사건은 생각하지 못한 채, 분자에 해당하는 뉴스에 나온 비극적인 사건들만 떠올립니다. 이를 확률 무시라고 하는데 확률 무시와 회상 용이성이 더해지면 사소한 위협이 크게 부풀려지게 됩니다.

 

올해에는 알차게 보내야지

새해가 되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한해의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어보는 것입니다. 다이어트, 영어 공부, 여행 가기 등 부푼 마음으로 계획을 써 내려갑니다. 정작 한 해가 지나고 가면 다이어리에 적어둔 계획들에게 무안할 정도로 실천하는 건 손에 꼽습니다. 

 

이처럼 계획 오류는 만연한 낙관 편향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세상을 실제보다 더 온화하게 보고, 우리의 속성을 더 좋게 생각하며, 우리가 세운 목표와 계획의 성취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봅니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우리 능력을 과장하는 성향도 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과신을 하게 됩니다. 낙관 편향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위험이 될 수도 있어서, 기질적으로 낙관적인 사람은 행복하지만 동시에 신중해야 합니다.

 

손절해야 하나요?

주식에서 10% 수익을 거뒀을 때와 -10%의 손해를 봤을 때 우리는 손실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주식 어플을 시도 때도 없이 켜보며 손절여부를 몇 번씩 고민합니다. 손실에 대한 반응은 같은 금액에 해당하는 이익에 대한 반응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손실 회피라 부르며 우리의 방어기제라 볼 수도 있습니다.

 

손실 회피는 기관에서든 개인의 삶에서든 현재 상태에서 최소의 변화만을 이끌어내려는 보수적인 힘입니다. 이런 보수주의 덕분에 결혼 생활에서, 직장에서, 평소 삶에서 우리를 지켜나갈 수 있고 우리 삶의 기준점에 인력으로 작용합니다.

 


워낙 많은 분량의 책이다 보니 극히 일부분만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존재인지 깨달았고, 편향에 빠지기 쉬운 동물임을 자각했습니다. 삶의 여러 방면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끔 방향키를 잡아준 조타수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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